2026년, 콘텐츠와 굿즈의 양은 그 어느 때보다 많습니다. 팝업스토어는 성수동과 홍대 곳곳에서 열리고, 신규 캐릭터는 매주 SNS를 통해 등장하며, 한정판 굿즈는 끊임없이 출시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선택지가 풍부해진 시대처럼 보이지만, IP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다른 질문이 생깁니다.
“이 많은 것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기억에 남을 것인가?”
헤세드코퍼레이션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지난 1년간의 경험을 통해 하나씩 찾아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과정에서 저희 팀이 체득한 역설적인 전략, ‘덜’하는 것이 오히려 ‘더’ 강해지는 이유를 공유하겠습니다.
포화란 무엇인가 — 숫자가 아닌 ‘인식’의 문제
포화(Saturation)는 단순히 공급이 많다는 뜻이 아닙니다. 소비자의 인식 공간이 꽉 찬 상태를 말합니다. 매일 수십 개의 신규 IP가 SNS 피드에 등장하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기억하고 지갑을 여는 캐릭터는 손에 꼽힙니다.
2025~2026년 시장 흐름을 관찰하면 흥미로운 패턴이 보입니다.
| 구분 | 추정 수치 |
|---|---|
| 연간 신규 캐릭터 출시 수 (국내) | 500개 이상 |
| 소비자가 ‘알고 있다’고 답한 캐릭터 수 | 평균 15~20개 |
| 실제 구매 경험 있는 캐릭터 수 | 평균 3~5개 |
이 숫자가 말해주는 것은 간단합니다. 대부분의 IP는 소비자의 인식 임계값(Recognition Threshold)을 넘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더 많이 노출한다고 해서 임계값을 넘는 것도 아닙니다.
‘더 많이’의 함정 — 출시량이 늘어도 팬덤이 얇아지는 이유
많은 IP 기업이 인식의 문제를 ‘노출량’으로 해결하려 합니다. 더 많은 굿즈를, 더 자주 SNS에 올리고, 더 많은 팝업에 참여하면 해결될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저희 팀이 관찰한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과잉 출시는 팬들에게 “이 캐릭터는 아무 데나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산리오가 수십 년 동안 캐릭터를 관리하면서 유지해온 핵심 원칙 중 하나가 ‘선택적 노출’이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합니다. 헬로키티가 모든 제품군에 등장하지 않는 이유, 특정 콜라보를 거절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헤세드코퍼레이션도 이 교훈을 실무에서 직접 느꼈습니다. 브랜드 핏(Brand Fit)이 맞지 않는 파트너십을 정중히 거절하기 시작한 이후로, 오히려 협업의 질과 팬들의 반응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덜’하는 전략의 실체 — 선택과 집중의 3원칙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덜’해야 할까요? 저희 팀이 실제로 적용하고 있는 세 가지 원칙을 공유합니다.
원칙 1: 출시 주기보다 ‘순간의 깊이’를 높인다
굿즈를 매달 출시하는 대신, 분기에 한 번 출시하되 그 제품의 기획 스토리, 디자인 의도, 제작 과정을 충분히 콘텐츠로 담습니다. 소비자는 제품보다 이야기에 반응합니다. “왜 이 굿즈를 만들었는가”가 명확할수록 구매 전환율이 높아지고, 팬들이 자발적으로 공유하는 콘텐츠도 늘어납니다.
원칙 2: 모든 채널이 아닌 핵심 접점 2~3개에 집중한다
모든 SNS 채널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은 리소스의 분산입니다. 저희 팀이 확인한 것은, 팬덤이 가장 활발하게 반응하는 채널 1~2개에 집중했을 때 전체 인게이지먼트(Engagement)가 오히려 올라갔다는 점입니다. 채널을 줄이면 메시지가 선명해지고, 팬들도 어디서 이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지 명확히 알게 됩니다.
원칙 3: ‘아무나’가 아닌 ‘딱 맞는 사람’에게 팔기
타겟을 좁히는 것이 무섭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반대입니다. 넓은 타겟을 향한 메시지는 희석되고, 좁은 타겟을 향한 메시지는 강력해집니다. 저희 팀은 특정 굿즈 라인을 기획할 때 “이 제품을 사고 싶어 안달이 날 사람은 누구인가”를 먼저 묻고 시작합니다. 그 질문의 답이 구체적일수록 제품도, 마케팅도 선명해집니다.
포화 시대를 헤쳐 나가는 IP의 공통점
시장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은 IP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이 무엇인지 명확하다는 점입니다.
- 포켓몬: ‘수집’과 ‘성장’의 IP
- 산리오: ‘귀여움’과 ‘일상의 소소한 행복’
- 지브리: ‘자연과 상상의 경계’
이 IP들은 트렌드가 바뀌어도 자신의 핵심 가치를 잃지 않았습니다. 반면 단기 유행에 편승해 무분별하게 콜라보를 늘렸다가 빠르게 소비된 IP들의 공통 결말은 동일했습니다. “이 캐릭터가 결국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는 소비자 반응이었습니다.
헤세드코퍼레이션이 향하는 방향
저희는 빠르게 많은 것을 하는 회사가 되기보다는, 명확하게 우리다운 것을 하는 회사가 되고자 합니다. 그 과정에서 ‘덜’을 선택하는 일이 종종 생깁니다. 일부 협업 제안을 거절하고, 일부 채널 운영을 중단하고, 일부 굿즈 라인을 접는 결정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습니다.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남은 것들이 더 선명해지고, 저희를 찾아오는 파트너와 소비자의 질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포화 시대의 생존 전략은 역설적으로 **“더 적게, 더 깊게”**입니다.
2026년 하반기, IP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계신다면 한 번쯤 자문해 보시길 권합니다.
“지금 우리가 하는 것 중, 줄여도 되는 건 무엇인가?”
그 질문의 답이 오히려 더 강한 브랜드로 가는 첫걸음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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